발행인 칼럼 - 여주시의 고민 내줄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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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전력 식민지 정책, 여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여주투데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전력 식민지화’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여파가 인근 지자체를 넘어 여주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는 세종대왕과 남한강을 품은 도시다. 

강과 함께 살아온 이 고장은 깨끗한 물과 넉넉한 인심으로 대표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지금 그 강이, 그리고 그 삶의 터전이 초고압 송전선과 전력 공급망의 ‘희생지’로 내몰리고 있다. “SK가 여주를 파괴하려 한다”는 시민의 절규는 과장이 아니다. 송전선로가 여주를 관통하며 세워질 경우, 전자파 노출 우려는 물론 농업용수와 식수 고갈이라는 실질적인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송전선 몇 줄을 놓는 문제에 있지 않다.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수도권 집중형 산업정책’이 지방의 환경과 삶을 희생시키는 구조적 불평등에 있다. 반도체산단이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방의 강을 메마르게 하고, 주민의 건강과 생태환경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결코 ‘국가 발전’이 아니다.


여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의 주장처럼, 이번 송전선 건설은 “지방을 전력 식민지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 산업의 전력 효율만을 따지다 지방의 생태권과 자치권을 무시하는 발상은,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길이다. 산업은 수도권에, 피해는 지방에 떠넘기는 구조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특히 용인 반도체산단의 전력 수요가 16GW에 달한다는 점은 심각하다. 이는 국내 전체 전력 수요의 16.5%를 차지하는 규모로, 현실적으로 타 지역의 전력 자원을 끌어오지 않고서는 충당이 어렵다. 결국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이 무너지고, 지방의 생존이 수도권 산업의 그림자 속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여주시민들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며, 지역의 존엄에 대한 선언이다. 전자파와 식수 고갈의 공포 속에서 “이곳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라 외치는 목소리를, 정부는 단순한 민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와 공론화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산단의 전력 공급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전력 인프라 정책의 중심을 ‘효율성’이 아닌 ‘균형과 분권’으로 옮겨야 한다. 산업의 발전이 곧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라 퇴보다.


남한강의 물길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여주시민의 삶이자,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자연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산업과 생태, 수도권과 지방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진짜 숙제다.


전력은 효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여주에서 터져 나온 이 외침이, 정부의 귀에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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